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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 처음 나타난 단어 '혼술' — 어디서 왔는지 등록 데이터로 추적했다

시장동향 인테리스 2026-08-24 조회 104

지난 글에서 2026년 신규등록 브랜드 805개의 이름을 집계하다 이상한 걸 봤습니다. '혼술'이라는 단어가 2024년과 2025년 등록 브랜드 3,310개 중 단 한 곳에도 없다가, 2026년에만 6곳에서 한꺼번에 나타난 겁니다. 유행어가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디서 왔는지 추적해봤고, 답은 브랜드 이름 자체에 적혀 있었습니다.

1. 6개 브랜드의 이름에 같은 지명이 세 번 나온다

2026년 '혼술'을 이름에 넣고 등록한 브랜드 전부입니다. 옆에 등록 상호를 같이 놓으면 뭔가 보입니다.

등록일브랜드등록 상호
2026-02-23혼술바 고도제주혼술바 고도
2026-04-30곁 혼술바곁 혼술바
2026-05-12오내혼술(주)랜돌프
2026-06-02오늘혼술쑥고개
2026-07-03서울혼술바제주혼자옵서예(주)제이더블유브랜드랩
2026-07-15헤르츠혼술바시공간 제주혼술바

6곳 중 3곳에 '제주'가 박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예 브랜드명이 '서울혼술바제주혼자옵서예'입니다. '옵서예'는 '오세요'라는 뜻의 제주 방언입니다. 서울에서 여는 가게 이름에 제주 방언을 넣었다는 건, 이 업태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걸 본사 스스로 광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 원조를 찾았다 — 등록 상호가 '제주아홉혼술바협재점'

키워드 '혼술'로는 안 잡히지만 실제 원조인 브랜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주아홉 · 등록번호 20251486 · 2025년 12월 18일 등록 · 등록 상호 「제주아홉혼술바협재점」

협재는 제주 한림읍,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한 해변 지역입니다. 브랜드명에는 '혼술'이 없어서 이름 집계에서 빠졌지만, 등록 상호에 '혼술바'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2026년의 혼술 브랜드 6곳보다 두 달에서 여덟 달 앞선 등록입니다.

이 브랜드는 스스로를 국내 첫 프랜차이즈 혼술바로 소개하고 있고, 2026년 8월 현재 지점이 59곳입니다. 그 분포가 이 트렌드의 이동 경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지역지점 수
서울17
경기·인천22
충청7
영남(부산·대구·울산·경주·창원·구미)7
호남·강원4
제주(발원지)2

발원지에 2곳, 수도권에 39곳입니다. 제주에서 만들어진 업태가 수도권으로 넘어가 규모를 얻은 전형적인 경로입니다. 그리고 그 이동이 끝난 직후인 2026년에, 이름에 '혼술'을 박은 후발 브랜드들이 쏟아진 겁니다.

3. 왜 하필 제주였나 — 주점 밀도 전국 1위

제주가 원산지인 게 우연이 아니라는 근거가 상권 데이터에 있습니다. 2026년 6월 기준 전국 주점업 점포 97,487개를 시도별로 세고, 인구로 나눠 밀도를 냈습니다.

시도주점 수인구 1만명당
제주2,69940.7
강원4,23628.1
경남8,52326.7
부산7,78024.1
서울16,03017.3
경기19,88314.4
세종3104.0

제주의 주점 밀도는 전국 1위이자 서울의 2.4배입니다. 상주인구가 적은데 주점이 많다는 건 손님의 상당수가 관광객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제주 관광의 특징이 혼자 오는 여행입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1인 여행객들이 저녁에 모여 처음 보는 사람과 술을 마시던 문화가,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와 독립된 업태가 된 것이 혼술바입니다. 밀도 1위 지역에서 새 술집 형태가 실험되고 검증된 뒤 육지로 건너온 셈입니다.

4. 혼술은 혼밥의 후속편이 아니다 — 정반대다

'혼자'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혼밥의 연장선으로 읽기 쉽지만, 등록 데이터는 두 단어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연도혼밥 신규혼밥 취소혼술 신규
2020500
2021510
2022000
2023320
2024200
2025111 (제주아홉)
2026026

혼밥 브랜드는 2020–2021년에 몰려 등록됐다가 지금은 신규 0건에 취소만 남았습니다. 같은 해에 혼술은 6건입니다. 혼밥이 비워준 자리에 혼술이 들어온 게 아니라, 애초에 다른 물건입니다.

혼밥집이 판 것은 효율이었습니다. 1인석, 빠른 회전, 눈치 안 보는 식사. 혼자 있는 상태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장사입니다.

혼술바가 파는 것은 연결입니다. 바 형태의 좌석에 낯선 손님들을 나란히 앉히고, 사장이 대화를 붙입니다. 혼자 왔지만 혼자 있지 않기 위해 가는 곳입니다.

혼밥은 1인 가구가 늘면서 생긴 '불편의 해소' 시장이었고, 그 불편은 이미 대부분 해소됐습니다. 혼술은 그다음 단계인 '관계의 결핍' 시장입니다. 그래서 혼밥의 쇠퇴와 혼술의 등장은 같은 흐름의 다른 국면이 아니라, 1인 가구 시장의 수요가 한 칸 옮겨간 사건으로 봐야 합니다.

5. 주점 전체는 무너지는데 혼술만 늘고 있다

혼술 6건이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주점 시장 전체와 견줘야 보입니다. 2020년 이후 신규등록 브랜드 이름에 든 주류 관련 키워드입니다.

키워드202020212023202420252026(1–7월)
맥주·호프193612951
포차734111073
하이볼001200
혼술000006

주점 창업 브랜드는 전방위로 붕괴 중입니다. 호프집 브랜드 등록은 5년 만에 19분의 1이 됐고, 2021년 34건이던 포차는 3건입니다. 2026년 1–7월에 등록된 주점·바 계열 브랜드는 전부 합쳐 18건인데, 그중 6건이 혼술바입니다. 3분의 1입니다.

술집 자체를 새로 열려는 본사가 사라진 시장에서, 혼술바만 유일하게 신규 진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6. 그런데 지금 뛰어들기 전에 반드시 볼 것

지난 글에서 하이볼과 탕후루 데이터를 보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 유행 아이템에 올라탄 브랜드 등록은 유행 정점보다 늦게 도착하고, 그 다음 해에 사라진다. 혼술도 이 검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하나, 지금 등록 중인 6곳은 이미 후발입니다. 원조 브랜드는 2025년 12월에 등록해 8개월 만에 59개 지점을 냈습니다. 2026년 하반기에 이름에 '혼술'을 붙여 등록하는 브랜드는 그 물결의 두 번째 줄입니다. 하이볼 브랜드 2곳이 등록된 것도 유행이 한창일 때가 아니라 꺾이기 시작한 2024년이었습니다.

둘, 이 업태에는 아직 검증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보공개서의 가맹점 평균매출은 전년도 실적을 이듬해에 공시합니다. 2025년 12월에 등록한 브랜드는 2025년 가맹점 실적이 사실상 없고, 2026년 실적은 2027년에야 공시됩니다. 지금 이 시장을 공정위 자료로 검증하는 건 원리상 불가능합니다. 프차랭킹이 매달 매장 수를 직접 세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셋, 창업 안내에 적힌 수익 예시를 그대로 믿지 마세요. 한 혼술바 브랜드의 홈페이지에는 20평 기준 창업비 6,000만원(가맹비 1,500 + 교육비 500 + 인테리어 4,000, 부가세 별도)과 함께, 월 매출 4,000만원일 때 순이익 2,500만~2,800만원이라는 예시가 올라와 있습니다. 순이익률 62~70%입니다. 주류 원가만 보통 매출의 30% 안팎이고 여기에 임대료·인건비·카드수수료·감가상각이 더해집니다. 이 수치는 본사가 게시한 예시일 뿐 검증된 실적이 아니며, 산술적으로도 유지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어떤 브랜드든 상담을 받을 때는 정보공개서에 공시된 가맹점 평균매출과 인근 가맹점 현황을 근거로 요구하시고, 그 자료가 아직 없는 신생 브랜드라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위험으로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7. 정리 — 세 줄

  1. 혼술바는 제주에서 왔다. 게스트하우스 혼행 문화에서 자란 업태가 2025년 말 프랜차이즈로 등록되고 수도권으로 이동한 뒤, 2026년에 후발 브랜드 6곳이 따라 들어왔다.
  2. 혼밥의 연장이 아니라 반대다. 혼밥은 혼자 있는 편의를, 혼술은 낯선 이와의 연결을 판다. 혼밥 브랜드는 2026년 신규 0건에 취소 2건이다.
  3. 주점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중에 유일하게 늘어난 칸이다. 2026년 주점·바 계열 신규 18건 중 6건이 혼술바다. 기회이면서, 검증 자료가 아직 한 줄도 쌓이지 않은 구간이기도 하다.

프차랭킹은 매월 1일 브랜드별 매장 수를 직접 셉니다. 다음 편에서는 등록·취소가 아니라 실제 매장 수가 이번 달에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 공정위 자료로는 볼 수 없는 현장의 증감을 다루겠습니다.


집계 방법: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정보공개서 신규등록·등록취소 공고(2020.1–2026.7, 신규 14,921건)를 프차랭킹이 월간 수집·전수 집계. 키워드는 브랜드명 및 등록 상호 기준입니다. 주점업 점포 수는 2026년 6월 기준 행정동 단위 상권 데이터 97,487개를 시도별로 합산했고, 밀도는 2026년 7월 주민등록인구로 나눈 값입니다. 지점 수와 창업비용은 2026년 8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게시 내용이며 본사가 공표한 값입니다. 정보공개서상 검증된 실적이 아닙니다.